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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양>"그 남자의 이야기"-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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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8/06/21 16:37

김기호 칼럼니스트
ⓒ 광주가톨릭평화방송

 

프로그램명: ‘행복한 라디오’(교양프로그램)


방송시간: 621(), 오후 11051125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편수민PD, 진행 양종아 아나운서


주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김기호: 솔로몬 왕은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제3대 왕이죠..골리앗을 이긴 그 유명한 다윗 왕의 아들이구요..현명하고 합리적인 판결의 대명사로..솔로몬의 판결 하면 뭐..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한 여인이 잠을 자다가 실수로 자기 자식을 짓누르는 바람에 아기가 죽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이웃의 다른 여인의 아기가 자기 자식이라고 우기구요..두 사람은 솔로몬왕에게 판결을 의뢰합니다. 지금처럼 유전자 검사같은 과학적인 방법도 없던 시대이니 이게 참..난감한 상황인데..솔로몬 왕은 느닷없이..아이를 반으로 갈라서 반씩 나눠주라고 하는데요..


 


황당하지만 어쩌겠습니까..왕의 명령이니 왕실의 병사는 어쩔수없이 아기를 반으로 가르려고 하구요..그러니까 한 여인은..어차피 이렇게 된거 아기를 나눠갖자고 하고..한 여인은..왕이시여..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시고 아이를 죽이지만 말아주십시오..라고 말하구요..결과는 다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런데요..신기하게 중국에도 이 솔로몬의 재판하고 너무도 닮은 얘기가 전해집니다. 원나라때에 쓰인 연극의 희곡<회란기>는 중국 송나라의 명판관 포청천의 판결을 다루고 있는데요..장해당이라는 여인이 집안이 몰락하는 바람에 어느 부잣집의 첩으로 들어가서 아들을 낳습니다.


 


그런데 정실부인이 이를 질투한 나머지 남편을 독살하고 그 장해당이 낳은 아기가 자기 아이라고 주장을 합니다..남편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인거죠..해당은 고문 끝에 거짓자백을 하게 되고..처형당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포청천에게 이 억울함을 호소하는데요..


 


얘기를 들은 포청천은 바닥에 동그라미를 하나 그린 다음에 그 정실부인과 장해당에게 아기의 팔을 한쪽씩 붙잡고 당기라고 합니다. 원밖으로 끌어내는 사람이 아기엄마라는거죠..


 


아무튼 두 여인은 아기를 끌어당깁니다. 그런데..아기가 얼마나 아파하겠습니까..그 모습을 본 장해당은 손을 놓아버리죠..결과는 뭐 예상하시는 대로입니다. 포청천은 장해당이 친모라고 선언하고 진실을 밝혀냅니다.


 


그런데요..20세기 독일의 극작가인..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 재판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반기를 듭니다. 그가 쓴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에 보면..반란이 일어나서 총독이 살해당하고 피란길을 떠나던 총독의 부인은 그 와중에 값비싼 물건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어린 아들을 놔둔채 도망을 갑니다. 그런데 젊은 하녀 그루쉐가 이 아이를 챙기고 돌보구요..


 


결국 자신의 아들로 삼게 되죠..그런데..반란이 진압된 후에 도망갔던 총독부인이 아이를 찾으러 옵니다. 아들이 있어야 총독의 재산을 상속받을수 있기 때문인데요..어째 얘기가 요즘 우리나라의 아침드라마같죠?


 


아무튼..그래서 마찬가지로 재판이 열리게 되구요..여기서도 마치 포청천처럼..땅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두 여인이 아이를 양쪽에서 당기게 합니다. 그런데 누가 손을 놓았을까요? ..그루쉐입니다. 그루쉐는 외칩니다. “내가 이 아이를 키웠습니다. 그런데 나보고 애가 찢어지도록 잡아당기라구요? 난 못합니다.” 재판관은 그루쉐가 진짜 어머니라고 선언합니다.


 


솔로몬의 재판,그리고 포청천의 판결은 생물학적인 어머니의 모성이 양모의 모성보다 더 강할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진 판결입니다. 그리고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이러한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반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데요..이렇게 말하고 있는거겠죠..낳기만 했다고 해서 부모인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부모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아이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누가 아이를 진정으로 잘 키울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조건이다.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책임지고 양육할 수 있는 부모가 진짜 부모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결론내릴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속 리앤 부부는 마이클 오어의 진정한 부모입니다. 아니..생물학적인 부모보다 훨씬 훌륭한 부모입니다.


제가 지난해 아카데미 수상작 중에서 영화 <라이언>..전체는 아니지만 일부를 잠시 소개해 드린적이 있는데요..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생물학적인 자식이 아닌 아이들을 입양해서도 저렇게 사랑을 베풀면서 훌륭하게 키워낼수 있을까..왜 우리는 그게 안될까..저 역시 제 아이만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또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을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고 있는..


 


그리고 이웃나라가 세계최고 영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자문했구요..결국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기존의 가치가 과연 불멸의 진리인가..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명판결이라고 믿었던 솔로몬과 포청천의 재판에는..생물학적 어머니의 모성애가 더 강할것이라는..명백히 잘못된 전제가 있었음을 고민하는데 소홀했던 결과일 겁니다.


 


저는 영화에서..어머니를 찾아서 자신이 살던 빈민가를 찾은 마이클..그리고 그런 마이클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친구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함께 미식축구를 하던 마이클의 친구는 결국 학교를 그만뒀고..나쁜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갱단의 싸움에 휘말리면서 총을 맞고 숨집니다. 그것이 결국은 그 아이와 마이클의 운명이었다고 쉽게 말할수 있을까요..그저 마이클처럼 어쩌다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랄수만 있을뿐...지금 우리 시대의 국가와 사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수 있을까..가슴이 아팠습니다.


 


혈연 학연 지연등 가족 친지 등의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의 순혈주의는 근대화 과정에서 없어졌어야 할 병폐이지만..우리는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흑인소년인 마이클을 보살피는 자신을 비웃는 이웃이 백인 부잣집 마나님들에게 리앤은 말합니다.


 


당신들의 동의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존중을 바랍니다. 우리가 매일 이렇게 화려한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 그 아이가 겪어온 고통을 당신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겁니다.


 


우리사회에도 이제..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말라..이런 참담한 말은 정말 사라졌으면 좋겠구요..그리고 오늘 그남자의 이야기는..


정말로..진심으로 제 자신에게 한 얘기였구요..외람되게 방송을 통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내 배 아퍼서 낳은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존중으로 훌륭하게 키워내고 계신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끝곡.. Celine Dion 이 부르는 Because you loved me..


 


진행자: 지금까지 <그 남자의 이야기>,
           
김기호 문화 칼럼리스트의 시선을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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