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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양>"그 남자의 이야기"-영화 '살인의 추억' (3)

광주가톨릭평화방송 | 2018/08/23 17:27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
 
프로그램명: ‘행복한 라디오’(교양프로그램)

방송시간: 8월  23(), 오후 11051125


방송 제작 및 진행: 제작 편수민PD, 진행 양종아 아나운서


주제: 영화 '살인의 추억'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용의자 백광호를 연기한 배우 박노식을 흉내내는 향숙이 예뻤다.’라는 대사를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는 방송이 많았는데요, 그때는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어느 예능프로그램에, 백광호와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앓은 열병의 후유증으로 발달장애환자가 된 청년의 실화를 다룬 영화 맨발의 기봉이라는 영화의 주연배우가 출연을 했는데, 패널들이 그 연기를 재연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흉내를 내고 웃고 떠들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았고 프로그램이 사과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이런것들이 뭐가 문제인지 알게 되어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예전에는 그저 이와 같이 장애인들을 흉내내면서 웃음의 소재로 삼고도 뭐가 문제인지 몰랐던게 우리의 모습이었네요.

 

좀 결이 다른 얘기입니다만, 지금 해마다 여름이 되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고기 식용의 문제를 한 30년쯤 후에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이 어떤 근거가 있는 주장이라기보다 취향의 강요로 보인다는 겁니다. “난 소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어. 도살장에 끌려가면서 눈물을 흘리는 소의 눈을 본적이 있어? 어떻게 그런 소의 고기를 먹을수가 있지? 단 절대반대야.”라고 한다면 누가 이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개를 애완용으로 기르지 않았습니다. 소나 돼지나 닭처럼 가축으로 키웠고 그래서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것 역시 오래된 우리의 식문화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예전에는 그래왔지만 지금은 애완용으로 개를 기르는 사람이 전체 국민의 몇%이상으로 많아졌고 그러니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막는 차원에서,,또 우리가 지금은 대외적인 국가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이런 것들까지 고려해서 개고기 식용문제를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협의해보자..이런식으로 접근하는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특히나 이 문제를..모두에서 말씀드린대로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으로 접근한다면 논의의 접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울겁니다.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는거죠..반대측에서는 이렇게 응수할겁니다. “야만? 그럼 거위의 간을 비대하게 만들려고 깔대기를 주둥이에 꽂은채 콩을 부어넣는 행위는 야만적이지 않은가? 유럽의 앵글로색슨인들은 말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그 말을 타는 기수를 먹겠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도 유럽 상당수 지역에는 말고기요리가 있다. 말고기는 괜찮고 개고기는 야만적인가?” 이렇게 응수한다면 서로의 논쟁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겁니다.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을 들으시면서..아니 개고기 식용문제를 얘기하다가 왠 뜬금없이 <살인의 추억>?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글 쓰면서 그렇게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런데..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사건도 그렇지만 그 당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보고 있으니, 참 우리가 저런 세상을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 새삼 들었네요. 한 마을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보란 듯이 여성들을 살해할 정도로 범인은 대담하고 잔인하고 사악한데..마을의 경찰은 무속인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들도 얼마나 애가 탔으면 그랬을까 싶습니다만, 어쨌거나 쓴 웃음이 나옵니다.

정치인들은 사건이 터질때마다 얼굴을 들이밀고는 도움도 되지 않는 훈수를 두면서 경찰을 닦달하고, 그러면서 정작 수사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신출귀몰하는 범인을 잡아야 할 형사들은 툭하면 시동이 꺼져버리는 자동차를 밀어야하고, 심지어 범인의 DNA를 추적할 수 있는 너무나 확실한 물증이 나와도 이를 분석할 장비가 없어서 미국에 통째로 증거를 보내고서 몇 개월을 허송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런 처지에서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저 백광호를 폭행 협박하고 조병순을 거꾸로 매달고, 박현규를 날아 차기로 거꾸러뜨리는 거죠.

 

孟子(맹자)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孟子(맹자)()나라 宣王(선왕)을 만나서 하는 얘기인데요. 이렇게 말합니다. “신이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날 왕께서 대청 위에 앉아 계시는데 그 아래로 소를 몰고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왕께서 어딜 가는 소냐고 물으시니, 장차 소를 잡아 그 피로써 새로 만든 종에 바르려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왕은 말씀하시기를, ‘그만두어라 죄 없이 죽으러 끌려가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차마 볼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종에 피칠을 하는 것은 그만두오리까?’ 하고 물었을 때, 왕께서는 말씀하시기를,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느냐, 양으로 대신하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맹자는 왕의 마음을 평가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이 어진 마음입니다. 소는 직접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보셨고 양은 직접 보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짐승에 대해서, 그 사는 것을 보고 차마 그 죽는 것을 보지 못하며, 그 소리를 듣고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합니다.”

 

글쎄요. 이 말이 정답이 아닐까요? 비록 짐승일지라도 내 눈으로 본 이상 그 짐승이 죽는 모습을 볼 수는 없는 마음. 짐승에게도 그러한 측은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사람에 대한 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맹자는 이런 점에 주목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시사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도 사랑할것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1980년대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이 좀 다른 얘기입니다만 지금 해마다 되풀이되는 개고기식용과 관련한 우리의 모습을 30년 후에 보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네요.

 

제가 뭐라 함부로 결론낼 수 없는 문제입니다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동물복지와 공장형 축산방식에 대한 문제도 개식용문제와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닭은 한 마리당 A4용지 한 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 서로 끼어서 움직이지도 못한채 알을 낳아야하고 몸에 붙은 기생충을 떨어내지도 못합니다. 돼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길러지구요..그러니 개의 경우는 그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다른 개의 사체와 함께 우리에 갇힌채 길러지는 경우도 있으니 정말 우리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인것인지 참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말처럼 동물을 사랑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최소한 끌려가는 동물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에서는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 역시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같은 공장형축산방식의 문제는 단순히 동물복지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보건과 위생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불과 얼마전의 일이었고,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독감 구제역 등의 전염병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곡, 유재하가 부르는 가리워진 길..함께 들으시고 행복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시길 바랍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그 남자의 이야기>,
           
김기호 문화 칼럼리스트의 시선을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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