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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출생신고

노경환 | 2019/10/01 13:51

2016.07.16(土)


출생신고

                                            노경환



오뚜기 부대 수색대 출신

막내 동생 양력 생일은 4월 16일

아무도 모르고 지냈던 비밀처럼

아무도 모른 체 했던 세월호!

이젠 어디로 갔을까?

300명이 넘는 영혼들

수도 없는 통곡들이 모여

어디로 갔을까?

아우성이 키 높은 파도에 갇히고

생사(生死)를 넘나들던 긴박함도

카카오 톡 메시지에 고스란히,

침착하고 차분함의 소리 없는 비명이

스마트폰 아름다운 배경화면에

고스란히,

그저 고스란하게 찬 바다 위에

목숨을 내어놓고 떠 있기만 했을까?

출생신고를 한지 채 20년도 되지 않아

아직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꽃봉오리들!

어린 생(生)을 밀치며 객실에 들이치는

죽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을까.


아무도 그들을 보러오지 않았다.

시대는 보고 싶어 하는 것들만 보고

입맛에 맞지 않는 밥은 먹지 않고

버린다.

컴컴한 바다 위

아직 샛별이 그들을 비추고

유난히 잔잔했던 바닷물 파장이

고요히 들고 나는 일상처럼

바람이 둘러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가버린 아무 일 없던 곳

무명(無明)의 안개도 걷힌

밝고 환한 아침이

정말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들의 출생신고서가 하나 둘 씩

떠올랐다.

찬 바다 더욱 차가워지고

그날은 해님도 나들이를 하지 않았는데

바닷길 무성한 암초만

어떤 침몰의 소문을 내고 있었다.

침몰이 아니라 죽음을···

아우성이 아니라 묵음을···

침묵처럼 아무 말 없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던 출생신고서!

막내 동생은 서류 한 장도 없이

집을 나가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3개월 늦은 출생신고를

해명하기도 전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찾아내지도 못하고  

있다.

작성일 : 2019-10-01 13:51:23     최종수정일 : 0000-00-0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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