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6(土)
출생신고
노경환
오뚜기 부대 수색대 출신
막내 동생 양력 생일은 4월 16일
아무도 모르고 지냈던 비밀처럼
아무도 모른 체 했던 세월호!
이젠 어디로 갔을까?
300명이 넘는 영혼들
수도 없는 통곡들이 모여
어디로 갔을까?
아우성이 키 높은 파도에 갇히고
생사(生死)를 넘나들던 긴박함도
카카오 톡 메시지에 고스란히,
침착하고 차분함의 소리 없는 비명이
스마트폰 아름다운 배경화면에
고스란히,
그저 고스란하게 찬 바다 위에
목숨을 내어놓고 떠 있기만 했을까?
출생신고를 한지 채 20년도 되지 않아
아직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꽃봉오리들!
어린 생(生)을 밀치며 객실에 들이치는
죽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을까.
아무도 그들을 보러오지 않았다.
시대는 보고 싶어 하는 것들만 보고
입맛에 맞지 않는 밥은 먹지 않고
버린다.
컴컴한 바다 위
아직 샛별이 그들을 비추고
유난히 잔잔했던 바닷물 파장이
고요히 들고 나는 일상처럼
바람이 둘러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나가버린 아무 일 없던 곳
무명(無明)의 안개도 걷힌
밝고 환한 아침이
정말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들의 출생신고서가 하나 둘 씩
떠올랐다.
찬 바다 더욱 차가워지고
그날은 해님도 나들이를 하지 않았는데
바닷길 무성한 암초만
어떤 침몰의 소문을 내고 있었다.
침몰이 아니라 죽음을···
아우성이 아니라 묵음을···
침묵처럼 아무 말 없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던 출생신고서!
막내 동생은 서류 한 장도 없이
집을 나가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3개월 늦은 출생신고를
해명하기도 전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찾아내지도 못하고
있다.
작성일 : 2019-10-01 13:51:23 최종수정일 : 0000-00-0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