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톨릭평화방송) 김선균 기자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오늘(23일)발표한 호소문에서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공공 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난 2020년부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의사 단체의 파업과 코로나19로 논의가 중단됐고 올해 다시 정책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에도 정부와 의사 단체 사이의 갈등이 8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그 골이 깊어져 심각한 의료 공백 사태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23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주교단은 정부와 의사 단체가 초심으로 돌아가 '인간의 근본 가치인 생명과 건강에 봉사하는 일'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춰 갈등을 해결할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높은 의료 수준과 전 국민 건강 보험 제도를 기반으로 폭넓은 의료 접근성이라는 큰 성과를 거둬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의료 인력이 특정 지역과 분야에 집중되는 불균형, 의료 기관간 과도한 경쟁,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았습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의 배경으로 "그동안 이어져 온 '저수가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저수가 정책'으로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왜곡된 진료 형태가 발생하면서 이는 의료 인력 배출과 분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회주교위원회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현장 의료인의 전문적인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특히 의료 수가 조정 없이 단순히 정원 확대만을 논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의정 갈등 과정에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언론에 대해서도 꼬집었습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언론은 의료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지 못하고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는 반면, 표면적이고 갈등 중심적인 보도로 의사 단체와 정부 사이의 갈등을 부각시킴으로써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일갈했습니다.
특히,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의사들 또한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축소된 의대 정원에 대해 어느 정도 증원할 수밖에 없음을 애써 외면하며 반발한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각 주체들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반대 의견만을 내세우기보다 국민의 고통을 덜어 주고 우리 의료 시스템을 건전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대화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주교위원회는 "다행히 지난 22일 의료계가 참여하는 여·야·의·정협의체가 발족해 이제 우리는 현재 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며 의료계 또한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나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습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는 "우리는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 '생명의 수호자이자 봉사자'로서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강력히 호소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