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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난한 이들의 벗' 천노엘 신부 1일 선종...광주대교구 첫 위령미사 봉헌

김리원 | 2025/06/03 12:11

(광주가톨릭평화방송) 김리원 기자 = 한국시간으로 어제(1일)오전 8시 30분 모국인 아일랜드에서 천노엘 신부가 선종한 가운데 광주대교구는 오늘(2일)오후 2시 교구청 성당에서 김영권 총대리 신부 주례로 첫 위령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날 교구청 성당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구 사제와 엠마우스복지관 관계자, 발달 장애인, 신자 등 모두 100여명이 참례해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천노엘 신부가 선종한 가운데 광주대교구는 2일 오후 2시 교구청 성당에서 첫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천노엘 신부님은 1932년 아일랜드 출생으로 성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 1956년 사제 서품 받고 그 다음해 한국 땅을 밟으셨다"고 소개한 뒤 천 신부가 무등갱생원에서 있었던 날들을 회고했습니다.

이어, "무등갱생원에서는 알콜중독자, 고아, 발달장애인, 독거노인, 결핵환자 등 400~500명의 수용자들이 구분 없이 함께 살고 있었다"며 “당시 여기에 살던 19살 지적장애인 김마리아가 급성 장염과 폐렴으로 사망했을 때 신부님은 시신 해부를 요구하는 병원 측 요청을 거절하고 장례를 치러주며 죽음마저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거부하셨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하시고 그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무심했던 우리 사회와 자신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의 소리 없는 외침에 응답하기로 결심하셨다"며 "천 신부님은 안식년 동안 배움의 기회를 찾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뉴질랜드, 독일, 미국 등 각국의 시설을 경험하고 관련 세미나를 들으면서 공부하셨다"고 덧붙였습니다.
 
천노엘 신부가 선종한 가운데 천주교광주대교구는 2일 오후 2시 교구청 성당에서 김영권 총대리 신부가 주례한 가운데 첫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또, "배움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뒤 천 신부님은 당장 갱생원에서 나온 한 친구와 봉사자를 데리고 2층 집을 얻어 살기 시작했는데 이게 첫 '탈시설'이였다"면서 "천 신부님은 탈시설과 자립은 혼자가 아니라 광주지역민들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장애인들과 함께 살면서 그룹홈을 우리 사회에 처음 도입하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신부는 "복지관 등 장애인들의 삶과 직업 훈련 배움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가시면서 바로 오늘에 이르셨다"며 "우리 지역 안 어두운 곳에 큰 빛을 주신 신부님의 걱정을 우리가 잘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리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 일을 대신 해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고인의 삶을 기억하는 10여분 정도의 영상이 재생됐고 신자들은 천 신부의 영정사진 앞에 헌화와 묵념을 이어갔습니다.
 
2일 교구청 성당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교구 사제와 엠마우스복지관 관계자, 발달 장애인, 신자 등 모두 100여명이 참례해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엠마우스복지관 주변에 살며 천노엘 신부와 매일 미사를 함께 했다는 신자도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고영미(미카엘라·용봉동성당)씨는 "천 신부님은 너무나 배려가 많고 친절한 분이셨다"며 "특히 발달 장애인들에게 사랑이 많으신 분이였는데 큰 별이 떨어진 것 같아 너무 슬프다"고 애도했습니다. 

엠마우스복지관 관계자들도 분향소를 지키며 추모객들과 슬픔을 함께 했습니다. 

한미현씨는 "20년 전 엠마우스복지관에 입사했을 당시 복지관장님이시던 천노엘 신부님이 자신을 채용할 때 면접을 보셔서 그때부터 함께 했다"며 "늘 장난스러운 분이셨고 항상 직원들이나 가족들한테 위트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셨던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첫 위령미사가 봉헌된 2일 광주대교구청 성당에서 신자들이 천노엘 신부의 영정사진 앞에서 헌화한 뒤 기도하고 있다.

이어, "천 신부님은 항상 청렴하셨고 무엇을 하든 간에 장애인분들과 함께 드시고 함께 주무시는 그런 부분에서 전부 솔선수범하셨다"며 "장애인분들을 그냥 우리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각하고 평범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엠마우스의 정신이 다른 기관에도 많이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분"이라고 기억했습니다. 

한편, 분향소는 내일(3일)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2시간 마다 위령미사가 봉헌됩니다.

광주대교구는 천노엘 신부의 유해 일부가 한국에 도착하면 별도의 미사를 염주동성당에서 봉헌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c)광주가톨릭평화방송,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작성일 : 2025-06-02 17:24:10     최종수정일 : 2025-06-03 12: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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