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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이스라엘 등 '이웃종교 성지순례'...오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김선균 | 2022/09/21 07:37

(광주가톨릭평화방송) 김선균 기자 = 대한민국 7대 종교 수장들이 지난 13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예수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스라엘과 가톨릭의 총본산인 이탈리아를 순례하는 '이웃종교 성지순례'를 통해 종교간 벽을 허물고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웃종교 성지순례'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이하 '종지협')대표의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과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김현성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시대표회장, 손진우 유교 성균관장, 박상종 천도교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이 동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출국한 7대 종교 수장들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10km 정도 떨어진 팔레스타인 자치구에 있는 아기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을 찾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기독교 성지로 유명한 베들레헴이지만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치열하게 부딪히는 분쟁 지역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7대 종교 수장들이 지난 13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예수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스라엘과 가톨릭의 총본산인 이탈리아를 순례하며 종교간 벽을 허물고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은 아기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을 찾은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두 개의 민족과 종교를 가르는 분리 장벽과 삼엄한 경비를 지난 종교 지도자들은 '베들레헴 성당'으로 가기 전 베들레헴 시청을 방문했습니다. 
 
우리나라 7대 종교 지도자들이 지난 13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예수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스라엘과 가톨릭의 총본산인 이탈리아를 순례하며 종교간 벽을 허물고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은 아기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을 찾은 7대 종교 수장들의 모습<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베들레헴시와 주 팔레스타인 대한민국 대표사무소측은 한국의 종교 수장들을 환대했습니다.

한나 하나니아 베들레헴 시장은 "2000년 전 예수가 태어나신 곳, 평화가 탄생한 곳에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직접 먼 곳까지 걸음해 줘 감사하고 환영한다"며 "다종교 국가임에도 큰 분쟁 없이 지내는 한국 종교 대표자들을 보니 베들레헴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나 하나니아 베들레헴 시장과 7대 종교 수장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종지협 대표의장인 원행스님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종교계뿐만 아니라 베들레헴도 자유와 평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베들레헴이 원하는 ‘평화’의 지향을 반드시 이뤄낼 수 있기를 기원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7대 종교 수장들은 아기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눕혔던 구유와 동방박사의 제다 등을 둘러봤습니다. 

김희중 대주교는 베들레헴 성당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직접 설명하며 이웃 종교 수장들이 조금이라도 기독교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튿날인 15일 7대 종교 수장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라틴 교회 가톨릭 대주교 주교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예루살렘 라틴 교회 가톨릭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Pierbattista Pizzaballa)대주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온 것을 마음 깊이 환영한다"며 "한국에서도 이스라엘의 어려운 분쟁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루살렘 라틴 교회 가톨릭 총대주교인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Pierbattista Pizzaballa)대주교와 7대 종교 수장들의 모습<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이어, "사람들 가슴 속에 깊은 상처가 있는 만큼 종교 간 분열, 민족 간 분열의 상황에서 사랑과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의 지도자들로부터 서로 다르더라도 마음을 나누고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방문에서 직접 통역을 맡은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 종교 지도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려는 노력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것 같다"며 "대주교 또한 이런 이웃 종교간 순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7대 종교 수장들은 청화 백자가 그려진 와인잔을 선물하며 대주교의 주교관 초청에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이어, 종교 수장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고 묻힌 '예수 무덤 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성당 내부를 둘러봤습니다. 
 
7대 종교 수장들이 예수 무덤 성당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성당 신부의 안내로 예수의 무덤을 둘러본 종교 수장들은 곧이어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골고타 언덕’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을 오르다 골고다 언덕 즉,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둔 장소가 나타나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형상 앞에서 종교 수장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한국 종교 지도자들이 찾은 '예수 무덤 성당'은 매일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곳으로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집트 콥트교, 시리아 정교회 등 6개 종파가 구역을 나눠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종파의 기독교인과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 예수의 죽음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예수 무덤 성당’을 뒤로 하고 종교 수장들은 예수가 승천한 올리브산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올리브산 정상에 위치한 ‘예수 승천 경당’에서 예수가 승천 할 때 남겼다는 ‘발자국’을 둘러본 뒤, 예수가 예루살렘의 붕괴를 예언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 ‘눈물 성당’과 피땀 흘려 기도했다고 전해지는 ‘갯세마니 성당’ 등을 차례로 둘러봤습니다.
 
예수 승천 장소를 둘러보는 7대 종교 수장들의 모습<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겟세마니성당을 찾은 종교 수장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있는 김희중 대주교의 모습<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갯세마니’란 ‘기름을 짠다’는 뜻으로 예수는 이곳에서 번민에 쌓여 피땀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했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갯세마니성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7대 종교 수장들의 모습<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이날 순례를 마친 종교 수장들은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와 만찬을 가졌습니다.

종교 수장들은 저마다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전달했고, 대사측은 와인 선물을 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종교 수장들은 16일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가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통곡의 벽’을 찾았습니다. 

유대교 성지인 이곳은 로마인에 파괴되고 서쪽 벽만 남았으며 여전히 많은 유대인들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통곡의 벽'에서 종교 지도자들은 저마다 벽에 손을 짚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통곡의 벽'에서 종교 수장들은 저마다 벽에 손을 짚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기도를 바쳤다.<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통곡의 벽'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이날 통곡의 벽 최고 관리자인 새뮤얼 라비노비치 랍비는 종교 수장들은 환대로 맞았습니다.

라비노비치는 "이곳은 유대인 뿐 아니라 어느 누가 와도 소원이 이뤄지는 기도 성지"라며 "솔로몬 왕이 세운 이 신성한 곳에서 종교간 일치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함께 하길 바란다"며 환영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나선 7대 종교 수장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제공=종지협 풀취재단>

종지협 대표의장인 원행스님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찾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척박한 기후와 다양한 민족이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지극한 모습으로 참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지금 이상의 더 큰 불행이 오지 않게 하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종교간 화합과 상생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 종교 지도자들의 무거운 책임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종교를 떠나 누구나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세계 평화, 모든 인류가 공존해나갈 수 있는 지혜가 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김희중 대주교도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성지에서 정말 가치있는 것들이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 정화되고 정리되면서 우리 시대까지 이어져 온 것이 경이롭게 느껴지고 예수님이 쉽게 가르침을 주신 것이 아니라 목숨을 바쳐서 중요한 가르침을 주셨고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에 오면 척박한 땅에 놀라곤 하는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아끼고 사랑과 자비로 대해야 한다는 면에서 젖과 꿀이 흐른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웃 종교가 갖는 신비의 세계에 대해 우리는 쉽게 상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순례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7대 종교 수장들은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가 오는 19일 가톨릭 총본산인 바티칸 시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예정입니다.

종지협은 종교 간 교류 확대와 화합과 상생을 위해 해마다 해외 성지순례를 다녀왔으며 지난 2020년 스페인 순례 이후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다가 올해 다시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저작권자(c)광주가톨릭평화방송,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작성일 : 2022-09-17 20:41:02     최종수정일 : 2022-09-21 07: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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