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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생 교구속으로-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아 만나본 성바오로딸수도회 박미선 수녀 인터뷰

남하린 | 2023/02/01 10:46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아 만나본 성바오로딸수도회 박미선 루피나 수녀
프로그램명: ‘향기로운 오후, 주님과 함께
방송시간: 0131(), 오후 204222
방송제작: 편수민 PD, 진행: 남하린 아나운서
주제: 생생, 교구속으로-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아 만나본 성바오로딸수도회 박미선 수녀님 인터뷰
 
진행자: 저는 지금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아 성바오로딸수도회를 찾았습니다. 성바오로딸수도회 박미선 루피나 수녀님 만나보겠습니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박미선 수녀: 안녕하세요.
 
진행자: 수녀님, 가톨릭교회에서는 매년 1월 25일을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이렇게 별도로 지내는 이유가 뭘까요?
 
박미선 수녀: 교회의 역사는 회개와 성화의 역사라고 불립니다. 그만큼 수많은 순교자와 성인 성녀, 그리스도인들이 ‘회심’을 통해 하느님 사랑에 눈을 뜨게 되어 완덕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회심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별도의 축일을 정하면서까지 회심을 기리는 것은 그리스도교에서 바오로 사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고 바오로 사도의 회심이 끼친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에요. 신약 성경 전체 27권 가운데 바오로 사도가 쓴 것으로 나오는 서관이 무려 13번이나 되는 것처럼요. 사실 사울이라고 불리던 바오로는 현재 터키 동남부 지역 킬리키아 타르수스(Tarsus) 출신으로 다마스쿠스 교회를 박해하러 가던 도중에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그리스도교 박해에 앞장선 인물이었습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 하늘에서 빛이 비치는 가운데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었던 사울은 한순간에 삶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사흘 동안 앞을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하나니아스를 통해 눈을 뜨게 되고 세례를 받아 이방인의 사도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세례를 받고 나서 사울이라고 불렸던 바오로는 박해자에서 탈바꿈돼 그리스도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이가 된 것입니다. 바오로의 회심은 그리스도교의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없었다면 오늘의 그리스도교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오로 사도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루살렘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한 지역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세 차례에 걸친 바오로의 선교 여행은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 전체로 확산하는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고, 그의 노력으로 팔레스타인 중심의 지역적, 민족적 그리스도교가 인류 전체를 상대로 하는 세계적 종교로 탈바꿈했습니다. 이처럼 바오로의 회심은 바리사이 바오로를 사도 바오로로 거듭나게 한 그리고 그리스도교가 보편 종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결정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성 바오로 사도가 우리 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큰 걸로 느껴지는데요. 그래서 또 이 회심 축일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수녀님께서 생각하시는 바오로 사도는 어떤 사람인가요?
 
박미선 수녀: 사실 수녀원에 입회할 당시에는 ‘성바오로딸수도회’라고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수녀원 곳곳에 바오로 사도 성상이 있고 또 바오로 사도에 대한 수업도 들으면서 바오로가 ‘바오로딸수도회’의 스승이자 아버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성경에서의 바오로 사도는 무척이나 열정적인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그분에 비하면 저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수도생활을 더해갈수록 바오로 사도의 열정의 원천이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사도행전 20장에서 바오로는 에페소 원로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이별에 대한 아픔에 서로 끌어안고 우는 모습이 나옵니다. 저는 그 부분을 묵상하면서 이제까지 제가 생각하는 강하고 빈틈없고 완벽하다고 여기던 바오로가 아니라 헤어짐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모습의 바오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나약하고 인간적인 바오로가 이방인의 사도로 거듭나게 된 것은 오로지 하느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능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바오로는 저와 똑같이 기쁨과 고통, 넘어짐과 일어섬을 반복하며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진정한 나의 동료이고 스승입니다.
 
진행자: 강직하게만 느껴졌던 바오로가 사실은 사랑이 많은 그런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우리가 알다시피 바오로 사도는 처음부터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죠. 바오로 사도가 이렇게 회심을 결심한 것은 교회 역사상 큰 사건이었는데요. 수녀님께서 생각하시는 회심은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 주시고 또 수녀님은 이러한 회심을 체험한 경험이 있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박미선 수녀: 사실 ‘회심’이라고 하면 마음을 돌이키는 것으로, 바오로 사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전환된 삶, 변화된 삶'을 의미합니다. 이런 맥락 안에서 저에게 있어 회심이란 ‘내 마음대로 향하던 시선과 마음, 생각을 다시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면 서울을 가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부산을 향하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 유턴을 해서 서울을 향해야 하는 것처럼요. 제가 몇 년 전 사도직을 하면서 '왜 나만 더 많이 일하고 힘들어야 하지? 내 생각하고 내 방법이 맞는데, 왜 나는 내 뜻을 굽혀야 하지?’ 하면서 잔뜩 심술이 난 적이 있었어요. 물론 그 당시에는 제가 심술을 부리고 있는지 몰랐죠. 당연히 제가 옳다는 교만함에 빠져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 어느 날 외부로 피정 진행을 하러 갔다가 잠깐의 시간이 나서 감실 앞에 앉았어요. 그러고 나서 그날 복음인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읽는데, 그 본문 중에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부분이 계속 제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그러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완전한 숫자인 12... 그 열두 광주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온전한 빵이 아니라 사람들이 먹다 남긴 조각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을 깨닫고는 제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제가 제일 잘하고 많이 안다고 교만했지만 저는 그저 작은 조각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 조각들을 통해서 당신께서 완전함을 이루고 계심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순간 온통 저 자신에게만 향해 있던 모든 것들이 함께 사도직을 하는 수녀님들과 만나는 사람들에게로 향하게 했습니다. ‘나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구나...' 나와 함께 고민하고 짐을 정리하는 일들... 서로 격려하고 배려해 주신 수녀님들이 모든 것을 함께 채워주고 있었음을 그 짧은 순간에 깨닫게 되었고... 기적처럼 저의 마음은 그 순간 기쁨과 평화로 가득 찼습니다. 이러한 체험들로 저에게 있어 ‘회심’은 어떤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매일 매 순간이 회심의 순간이고, 회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서 나와 '너와 우리로 그리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고 멈추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회심'이라는 의미가 처음에 생각하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우리 삶 가운데에서 돌이켜보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또 깨달을 수 있는 그런 체험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성바오로딸수도회’... 하면 신앙생활을 더 깊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서가 먼저 생각납니다.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이해서 추천해 주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요?
 
박미선 수녀: 사실 바오로 사도는 그의 서관이 매일 미사 독서의 대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성인 성녀에 대한 사랑과 공경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기에 바오로 사도를 더욱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오늘 함께 걷는 바오로’라는 책입니다.
 
진행자: 이 도서를 추천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박미선 수녀: 제목 그대로 이 책에서는 바오로 사도가 과거가 아니라 오늘 나와 함께 살면서 오늘의 현실을 고민하며 그 답을 찾도록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오늘 우리들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답을 바오로와 함께 찾아가고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우리에게 원기를 되찾아주는 샘물을 어디서 얻어 마실 수 있는지... 평온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갈등을 견디는 일 또는 신앙과 정치를 어떻게 결부시킬 것인지 그리고 복음을 따를 것인가... 편안히 살 것인가 등 여러 가지 오늘날 우리의 고민들을 명쾌하고 시원하게 풀어갑니다. 사실 이 책은 묵상집일뿐만 아니라 바오로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해설집으로 보아도 무방하기에 바오로에 대해 논리적으로나 영성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분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 책은 바오로의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 것보다는 바오로와 함께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제시해주고 있는 거군요.
 
박미선 수녀: 네, 물론 바오로의 생애와 사상도 이야기하지만 바오로의 생애와 사상 자체가 그 당시의 모든 사회적인 문제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함께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을 통해서요.
 
진행자: 그렇군요. 이 도서에서 와닿거나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박미선 수녀: 이 책에서 여러 부분의 소제목들이 나오는데, 저는 그중에서 '단절과 이어짐'이라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바로 사도행전 9장,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다루는 부분인데요. 바오로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갑자기 넘어지게 되면서 가던 길을 멈추게 됩니다. 이 넘어짐과 멈춤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순전히 은총으로 얻게 된 것이죠. 바오로가 28년 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도달하지 못하고 알지 못한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이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아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만들어주신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오로가 하느님을 모독하고 박해하고 있을 때 하느님은 놀랍게도 그 순간 바오로에게 당신 사랑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바오로의 넘어짐은 가던 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멈춤은 오히려 바오로가 하느님의 사도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방금 말씀드린 바오로의 회심뿐만 아니라 바오로의 복음 선포 과정에서 겪은 온갖 박해와 고통 또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분열이 단순히 고통과 실패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멈춤과 넘어짐... 바로 ‘단절’이 그리스도교 시작의 씨앗이 되었음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뿐만 아니라 우리 신자분들도 지금 어떤 어려움 중에 계시다면 조금만 더 견디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 넘어진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하고 또한 그 자리에서 일어설 때에만 다시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수녀님이 말씀하신 이 '단절과 이어짐'... 정말 단절되어서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 시점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어떤 희망이 있다는 그런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 면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신자들이 바오로 사도의 어떤 점을 본받았으면 하시나요?
 
박미선 수녀: 그럼 제가 질문 하나 드려볼까요? 2022년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인 유행어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진행자: 글쎄요... 뭐가 있을까요?
 
박미선 수녀: 바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아, 네... '중꺾마' 말씀하시는 거군요.
 
박미선 수녀: 네, 그렇게 줄여서 말씀하시는구나... 네, 이 말은 한 프로 게이머가 인터뷰를 하는데 그 인터뷰의 제목으로 쓰이면서 유행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말이 다른 그 누구보다도 바오로 사도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바오로는 여러 차례 선교 여행을 하면서 박해로 정말 많은 고생을 합니다. 그래서 고린토 2서 11장에서 바오로 사도는 "나는 수고도 더 많이 하고 옥살이도 더 많이 하였으며 매질도 더 지독하게 당하였고 죽을 고비도 자주 넘겼습니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이렇게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으면서도 바오로는 죽는 순간까지도 예수 그리스도를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바오로는 온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알려주고 싶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바오로의 이러한 ‘꺾이지 않는 마음’... 바로 ‘믿음’이 바오로가 포기하지 않고 담대히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분들도 이미 세례 때 받은 하느님 자녀로서의 특권과 사랑을 기억하셨으면 좋겠고... 그러한 기억이 신앙인으로서 각자의 삶 안에서 힘과 용기를 주리라 믿습니다. 정말로 하느님 안에서 바오로 사도처럼 꺾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잘 간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네, 수녀님께서 말씀하셨던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말 중요한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로 향한 사랑과 믿음... 우리도 일상생활 안에서 기억하면서 그런 바오로 사도의 마음을 본받았으면 합니다. 바오로 사도... 하면 ‘열정’이라는 키워드가 먼저 생각납니다. 그리고 이 ‘열정’은 ‘선교’로까지 이어지는데요. 수녀님께서는 성바오로딸수녀회에서 바오로 영성을 많이 체험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오로의 열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미선 수녀: 사실 앞에서도 말씀드렸었는데 수도원 처음 입회해서는 바오로 사도가 조금 생소하기도 했었고, 바오로 사도의 열정적인 모습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마치 저도 바오로 사도처럼 힘들어도 계속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바오로 사도의 열정이 바로 바오로 사도의 ‘용기 있는 겸손’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저희 수련장 수녀님이었던 수녀님께서 당신이 방에 있을 때 꼭 방문을 조금 열어둔다고 하셨어요. 그 이유가 누구든지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 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와 같이 일상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는 갈망을 갖게 되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용기 있는 겸손’을 살자인데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겸손이라고 하면 “잘 못해요...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잘할 수 있어도 또는 잘했어도 “아니다... 괜찮다...”를 해야 한다고 배우고 또 그것이 ‘미덕’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진정한 겸손'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것 또는 실수를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매 순간 제 자신과 옥신각신을 하게 되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겠습니다.” 혹은 “죄송해요... 그건 제가 잘 몰라요...”라고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회 전에 본당 학사님에게 기타를 아주 조금 배우고 수녀원에 입회했는데 갑자기 수련기 때 성가대 단장 수녀님이 미사 때 기타 반주를 하라고 하셨어요. 저는 사실 체면을 조금 차리는 성격이라서 제 실력으로는 미사를 망칠 것 같았고 또 실수할까 봐 반주를 하기가 너무너무 두려웠어요. 그런데 그 순간, 제가 가지고 있던 ‘용기 있는 겸손’이라는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큰마음을 먹고 “수녀님, 해 볼게요!” 하고 미사의 첫 기타 반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엄청 틀렸습니다.(웃음) 손이 덜덜 떨려서 코드도 잘 안 잡히고 박자도 잘 못 맞췄거든요. 그런데 한 번을 하고 나니까 그다음에는 요청에 대한 응답이 훨씬 편해졌어요. 그래서 사실 지금까지 (필요 시)기타 반주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만큼 떨지 않고요. 그래서 저에게 ‘바오로 사도의 열정’은 ‘용기 있는 겸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용기 있는 겸손’... 꼭 기억해야겠네요. 우리가 ‘바오로 열정’하면 굉장히 강하고 또 뭔가 이렇게 분출하는 듯한 그런 열정...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보이는 그 열정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수녀님 말씀 안에서 '겸손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용기를 내는 것'이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그것이 또 하나의 바오로 사도의 열정과 닮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수녀님,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과 관련해서 교구민들과 청취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박미선 수녀: 회심... 회개...하면 거창하고 무겁게 생각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나 자신의 생각과 기준, 방법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침묵 중에 주님의 뜻을 찾는 것이 '회심의 시작'임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2023년은 매일 매 순간이 하느님으로 방향 지어진 여정이기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진행자: 수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미선 수녀: 고맙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을 맞아 성바오로딸수도회의 박미선 루피나 수녀님과 바오로 회심에 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저작권자(c)광주가톨릭평화방송,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작성일 : 2023-02-01 06:05:11     최종수정일 : 2023-02-01 10: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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